영화 '하이 라이즈'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 하이 라이즈 아파트

영화 '하이 라이즈'는 1975년 런던에 있는 40층짜리 초호화 아파트의 이름입니다. 주인공 랭은 이혼 후 하이 라이즈 아파트 25층으로 이사를 옵니다. 우연히 위층 멜빌의 파티에 참석하게 된 랭은 이 아파트가 계급사회로 나뉘어 있고 저층은 하층민, 위로 올라갈수록 상층민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이 라이즈 아파트는 모든 편의시설이 아파트 내부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는 '그들만의 세상'처럼 보였지만, 막상 저층 거주민들은 고층 거주민들로부터 차별과 무시를 받고 있었습니다.

저층 거주민들은 아파트 밖에서는 이미 사회적 지위가 있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고층 거주민들로은 저층 거주자들과 같은 장소에 있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느꼈고 무시와 차별을 일삼았습니다. 건물의 설계자이자 최상층 옥상에 거주하고 있던 로열을 통해서 최상류 층 파티에 참석하게 된 랭은 중세시대 복장으로 치장한 사람들끼리 허세를 부리는 모습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같은 직장 동료에게 아는 척을 했지만 무시당했고 결국 파티에서 쫓겨나기까지 합니다.

저층에 거주하던 와일더는 본인의 아이들이 상류층으로부터 차별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그들의 파티를 망치고 복수에 성공합니다. 그 와중에 랭의 직장 동료가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자살을 했지만, 다음날 아무런 신고도 없고 보도도 없는 하이 라이즈 아파트의 분위기에 와일더는 분노합니다.

하이 라이즈 아파트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모든 것을 촬영하기로 한 와일더는 결국 상류층과 하류층의 분열을 더욱 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건물 설계와 관리가 잘못되어 식재료가 썩어 나가고 건물에 하자가 생겨나면서, 같은 저층민들끼리도 분열이 일어나고 폭동이 일어납니다. 식재료가 모두 떨어지자 모두가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며 전쟁 같은 삶을 살았고, 상류층은 쓰레기장이 된 아파트를 다시 바로잡기 위해 랭을 이용하여 와일더의 뇌를 수술시킨 뒤 하류층들끼리만 싸울 수 있도록 계획합니다.

하지만 상류층의 말에 협조하지 않은 랭은 목숨에 위협을 받았지만, 로열이 친분을 이용해 살려줍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 적응한 랭에게 로열은 아파트 건축 설계를 잘못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 와중에 와일더가 로열의 펜트하우스를 찾아내서 둘은 언쟁하다가 결국 로열은 와일더에게 살해당하고, 와일더 역시 로열의 여자들에게 살해당합니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는 동안 남자들은 대부분 시신이 되어 돌아왔고, 여자들이 최상층에 거주하고 랭은 저층민이 되어 하류층이 되면서 영화 '하이 라이즈'는 마무리됩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기생충>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기생충이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자본주의 세계에서 보이지 않지만 확실하게 존재하는 계급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습니다. 영화 '하이 라이즈' 역시 마찬가지로 하이 라이즈 아파트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층은 나뉘어 있고 그 사회에서 계급 상승을 하지 못하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개인주의적이면서 이기주의적인 사람들의 면모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가장 앞칸에 탑승한 최상류 층과 뒷칸에 탑승한 하류층의 갈등을 나타냈고, 최상류 층이 하류층을 어떻게 이용하면서 생활하는지에 대한 노골적인 메시지를 나타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하이 라이즈나 설국열차보다는 친절하면서 부드럽게 풍자했지만, 자본가와 노동자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온전히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하이 라이즈' 포스터

이상하게 생긴 건축물의 형태

사소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하이라이즈 아파트의 모양새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상징물인 아파트 모양새를 획일적이면서 사다리 모양으로 나타냄에 따라, 냉혹한 계층 사다리 구조를 지닌 자본주의 세계를 형상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중상층까지는 일자로 올라선 건물이 최상류 층부터 꼭대기층까지는 계단 모양으로 설계가 되었습니다. 최상류 층의 허세 파티에서 누군가 '로열이 하늘에 식민지를 만드려고 하나보다'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최상류 층은 점점 걸어서 하늘로 향한다는 뜻을 지닌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아래 층수에 있는 사람들을 밟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실체를 고층 아파트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표현한 영화 '하이 라이즈'의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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