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인생으로 살아간 여자의 최후
결혼을 앞두고 휴게소에서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 강선영을 찾기 위해 애쓰던 장문호는 그녀가 납치를 당한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찰의 태도에, 생전 연락 한번 하지 않았던 사촌 형이자 전직 경찰인 김종근을 찾아가 돈을 대가로 그녀를 찾아주기를 바랍니다.
혼자 수사를 진행하던 종근은 문호의 약혼녀가 강선영이라는 사람의 이름과 개인 정보를 사칭하여 생활했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본명 차경선이 강선영과 강선영의 모친을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기와 살인이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차경선을 끝까지 믿으려 했던 문호는 차경선이 이혼 이력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전 남편을 찾아간 문호와 종근은 경선의 집안에 막대한 빚더미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경선은 빚더미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전에 일했던 회사의 고객 정보를 빼내어, 본인처럼 세상에서 쓸모없고 죽어도 아무런 관심받지 못할 만한 사람들을 조사하여 살해한 뒤 고객을 사칭해서 생활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경선을 믿었던 문호는 물증은 없었던 강선영 모친 살해 혐의를 벗어난 것에 대해 안도하는 한편, 차경선이 출산 후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냈던 과거를 알게 되어 슬퍼했습니다. 그럼에도 종근은 적어도 강선영의 살인 혐의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하여, 현직 경찰 친구인 하성식에게 부탁하여 수사를 진행합니다.
여전히 경선을 추적하기 어려웠던 그때, 문호의 여직원 한나가 경선의 다음 타깃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문호는 한나 대신 경선과의 약속 장소에 나가서 경선을 만납니다. 문호를 만난 경선은 놀랐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채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사기를 치면서 사칭했던 것이 모두 본인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분노가 차올랐지만 진심으로 경선을 사랑했던 문호는 그녀를 놓아주지만, 그 장면을 목격하고 있던 종근이 경선을 추격합니다. 궁지에 몰린 경선은 결국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화차'의 의미와 차경선의 행적
영화 제목 '화차(火車)'의 뜻은 불교 용어이며, 악인(惡人)을 지옥으로 데리고 가는 불타는 수레를 뜻합니다. 이 수레의 특징은 도중에 절대로 내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를 미루어 보았을 때 차경선이 화차에 올라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선은 원래 선한 사람이었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에 모든 빚을 떠안아야 했던 악조건에 살게 되면서 인생의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생존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생각했지만, 그중 하나가 타인을 사칭하여 살아가는 삶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살인해야 했고, 사기를 쳐야 했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영화 대사에서도 나왔듯이, 사기와 사채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는 말처럼, 그녀의 빚이 늘어갈수록 사기를 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삶을 절절하게 표현했습니다.
어쩔 수 없던 경선의 생존 방식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악인으로 표현되어야 했습니다. 의도하고 계획된 사기와 살인은 중범죄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살아감에 있어서 누군가를 살인해야 한다면 그것은 도리에 어긋나고 잘못된 인생입니다.
영화 막바지에 기차역에서 문호가 경선을 사랑했기 때문에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놓아주었던 장면은 권선징악에 배척되는 행위였습니다. 종근의 추격을 따돌리고 살아남았다고 한들, 그녀는 더 큰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며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여태까지 더러운 방법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생존하려고 했던 마음이었다면, 굳이 투신자살을 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이 아까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체포되어 감방에서 수감된 뒤 반성하면서 사는 삶이 더 나을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액션 하지만 계속되는 긴장감
영화 '화차'는 미스터리 한 사건을 풀어나가기 위한 추격 스릴러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액션 장면 하나 없이 사건 전개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문호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선균은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어버린 문호가 그녀를 되찾기 위한 감정표현 연기와, 살인과 사기 혐의를 받음에도 믿을 수 없지만 인정해야 하는 문호의 감정을 잘 나타냈습니다.
또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소름 끼치는 살인마 경선을 연기했던 배우 김민희 역시 그녀 특유의 시크한 표정과 절제되었지만 풍부한 감정선을 잘 드러냈습니다. 선인으로 살아오려고 노력했지만 악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그녀의 감정 연기는, 마치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가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두 얼굴을 가진 여자의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 명배우다운 연기였습니다.
영화 '화차'는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력 덕분에 추격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액션 장면 없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몰입도가 높았던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인생을 훔친 여자의 행적을 나타낸 영화 '화차'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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