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의 뜻 그리고 닥터슬립의 세계관
영화의 '닥터 슬립'의 리뷰에 앞서 샤이닝이라는 능력과 닥터슬립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면 영화 관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영화를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40년 전 영화 '샤이닝'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샤이닝이란 사람 또는 사물과 영적으로 교감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일종의 초능력입니다. 샤이닝의 종류에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망령을 볼 수 있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둘째,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넷째, 사물이나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샤이닝 능력을 보유한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수준의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스팀'이라는 기술로 다른 사람의 기술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영화 '닥터슬립'에서는 트루 낫(True Knot)이라는 샤이닝 능력자 집단이 스팀을 이용해 사람의 기술을 빼앗으면서 목숨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닥터슬립을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자 주인공 '댄'의 과거를 알면 좋습니다. 40년 전 개봉한 영화 '샤이닝'의 아역 주인공이었던 댄의 아빠 잭은 산간지방에 있는 오버룩 호텔에서 관리인으로 지냈었는데요. 추운 겨울에는 손님이 없던 겨울에 소설을 쓰던 잭은 호텔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와 망령에 휩싸여 점점 미쳐갔고 아내 웬디와 아들 댄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샤이닝 능력을 가지고 있던 댄은 아빠의 살인을 미리 예측하여 호텔 주방장이었던 딕에게 샤이닝 신호를 보내 무사히 오버룩 호텔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들을 죽이려다 실패한 잭은 오버룩 호텔에서 얼어 죽게 됩니다.
아브라를 지키는 댄과 아브라를 삼키려 하는 로즈의 대결
영화 '닥터 슬립'은 댄이 어렸을 때 아빠가 저질렀던 일에 대한 트라우마로 우울증에 걸려 있을 때 딕이 나타나 망령을 상자에 가두는 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댄은 망령을 상자에 가두면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샤이닝 능력을 감추어야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좌절한 그는 40년이 지나 알코올 중독자인 노숙자가 되었지만 우연히 병원에서 일하면서 고통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면서 '닥터 슬립'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편 트루 낫의 수장인 로즈는 그녀의 일당과 함께 이 세상에 있는 샤이닝 능력자들을 탐색하여 스팀 기술을 통해 그들의 샤이닝 능력을 빼앗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목숨을 살려주었고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희귀하거나 거대한 샤이닝 능력은 스팀 보관소에 따로 저장을 해두기도 했습니다.
아브라는 어렸을 적 댄처럼 자기도 모르게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브라의 샤이닝 능력은 다른 누구보다도 월등했으며, 트루 낫 일당이 어린 야구천재 브래들리의 목숨과 함께 샤이닝 능력을 빼앗는 사실을 무의식 중에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로즈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가 됩니다.
로즈 역시 많은 샤이닝 능력을 가지고 있던 터라 아브라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의 능력을 먹기 위해 트루 낫은 그녀를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브라는 댄을 찾아 댄이 어렸을 때 딕에게 신호를 보냈던 것처럼 'REDRUM(살인, MURDER)'를 보내며 도움을 요청했고, 댄과 아브라는 더 큰 피해를 낳지 않기 위해 트루 낫 일당을 처단하기로 결심합니다.
모든 트루 낫 일당을 처리한 댄과 아브라는 스팀 보관소에 있던 능력을 모두 마셔버린 로즈를 처리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댄은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망령이 깃든 오버룩 호텔로 로즈를 유인하여 그녀의 영혼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로즈는 댄의 샤이닝 능력을 빼앗으면서 죽이게 됩니다. 하지만 죽기 전 상자에 가두었던 망령들을 모두 꺼내어 로즈를 죽게 하고 댄 역시 망령들에게 목숨을 잃고 망령이 됩니다.
댄은 망령이 되어 아브라를 죽이려 했지만, 아브라의 샤이닝 능력으로 원래의 댄이 잠시 돌아왔습니다. 댄은 아브라에게 얼른 오버룩 호텔로부터 멀리 도망치라고 지시했고, 호텔을 불태워버리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전작보다 샤이닝 능력이 돋보였던 닥터 슬립
역대급 명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샤이닝'은 제목에 비해 샤이닝 능력이 도드라지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더라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샤이닝 능력보다 공포적인 분위기가 더욱 강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반면 '닥터 슬립'은 샤이닝 능력을 쟁취하려는 무리와 보호하려는 무리의 대결 구도를 만듦으로써 샤이닝 능력에 대해 확실히 초점을 두었습니다. '샤이닝'과 '닥터 슬립'의 원작 작가인 스티븐 킹은, 샤이닝 능력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초능력의 일종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겠지만, 누구나 남들보다 우월한 능력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데 본인이 그것을 스스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샤이닝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댄이 닥터 슬립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처럼 선한 일에 사용한다면 의미 있고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로즈처럼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 본인의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악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터널 : 재난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내다 (0) | 2022.01.06 |
---|---|
영화 화차(火車) : 악행도 계속되면 끝이 없다 (0) | 2022.01.04 |
하이 라이즈 : 자본주의와 계급사회의 동기화 (0) | 2022.01.03 |
어바웃 타임 : 시간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다 (0) | 2022.01.02 |
클로브히치 킬러 :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두 얼굴 (0) | 2022.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