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천천히 수도꼭지를 잠그듯이
테이퍼(Taper)라는 뜻은 우리말로 '점점 가늘어지다'입니다. 테이퍼링은 마치 수도꼭지를 천천히 잠그듯이 미국의 연준(Fed)이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점차 축소해 나가는 양태를 말합니다. 유동성 공급을 위해 국채를 매입했던 정책을 축소시키면서 시중의 달러를 조금씩 빨아들이는 모습을 뜻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5월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자산 매입을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을 실시했습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시장의 유동성을 다시 빨아들이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이에 자연스레 금리는 올라가게 됩니다. 이를 예상한 투자자들은 자산을 매각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달러 가치도 일시적으로 강세가 될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가치도 오르니 신흥국에 투자했던 외국인들도 모두 신흥국 통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신흥국의 달러 부족으로 외환 위기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테이퍼링은 투자자들에게 자산 가치의 하락 신호탄으로 다가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이 마비가 되면서 연준은 2008년 금융 위기 시기에 시행했던 효과적인 프로그램 양적완화를 다시 한번 실시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실시한 수준은 전례 없는 엄청난 양의 유동성이었습니다. 매달 800억 달러의 국채와 400억 달러의 주택저당증권을 매입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40조 원이 넘는 금액을 1년 넘게 시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넘치는 유동성에 자산 시장의 가격이 올랐고, 원자재 가격도 오르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2013년 실시했던 테이퍼링과 현재의 그것이 다른 점은, 당시 테이퍼링 실행은 투자자들에게 갑작스러웠기에 시장에 다소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현재 파월 의장은 매월 FOMC 회의 발표 때 시장에 신호를 보냄으로써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테이퍼링의 연장선은 곧 달러의 회수를 의미하고, 금리의 인상을 의미하며, 신흥국의 달러 유출 우려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번 유동성의 규모가 매우 컸던 것에 비해 달러 약세가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코로나19의 여파로 공급망 차단으로 인한 공급 부족과 원자재 비용의 상승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1년 10월 현재 원/달러 환율이 1,186원을 기록하고 있고 달러 인덱스는 94.08을 나타내고 있는데, 만약 테이퍼링이 실시될 경우 달러가 더 강세가 될 것인지, 이에 대한 충격을 시장이 소화할 준비가 되었나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 연준에서 실시한 고압 경제 정책은 경기 회복으로 인한 물가 인상과 고용 지표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함이었습니다. 연준은 2020년 8월 평균 물가 목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어떻게든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관망했습니다. 평균 물가 목표제란, 기존 물가 목표치였던 2% 인상률 이상으로 올랐다고 하더라도, 지난 수년간의 평균 물가 목표가 2%이기만 하면 기존의 목표 미달 분도 인정해 준다는 개념입니다. 결국 한 마리 토끼는 잡았고 시장에서는 나머지 한 마리 토끼가 잡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만, 한편으로는 어차피 잡힐 토끼라고 생각하고 이미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시기에 대한 예측은 다양하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즈음 테이퍼링이 실시되고 내후년 정도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유동성이 축소되고 금리가 인상되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같은 시기 예대마진 상승으로 수익성이 높아지는 금융업종에 투자를 선호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테이퍼링이 온다고 하더라도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앞으로 조금씩 줄이는 것이라서 일정 기간 자산 가치의 조정 기간이 찾아올 수 있지만, 이는 실적과 가치가 좋은 주식의 저가 매수 기회이고 더 큰 성장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이전에 투자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이제는 제롬 파월 의장이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연준의 행보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45일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FOMC의 결과를 꼭 찾아보고 연준에서 전달하는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투자했던 자산을 지켜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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