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의 의미

분양가 상한제란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일정 계산식을 통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설정하는 제도입니다. 분양가 산정 방식은 복잡하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알 필요까지는 없으나, 기본 원리만 알고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택지비와 표준 건축비를 더한 뒤 아파트 건축에 추가된 가산비를 더한 값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합니다. 분양가를 안정시킴으로써 주택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규제와 완화의 끝없는 반복

1977년 처음 도입되었던 분양가 상한제는 획일적으로 정한 가격으로 규제했었기 때문에 주택 공급을 위축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1989년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에 연동하는 원가연동제를 시행했으나 1998년 외환 위기로 주택 시장이 다시 침체되자 1999년부터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 전면 자율화를 실시하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신규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면서 주변 아파트의 가격까지 상승하자 2005년 다시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했습니다. 2007년에는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시장이 또다시 침체되자 2014년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 택지 적용 요건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었습니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이 자리 잡은 이후 주택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서 2019년 정부는 다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민간 택지 아파트 적용 기준을 다시 완화하면서 적용 대상이 늘어났습니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 정책은 몇십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상승과 침체 여부에 따라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었습니다. 역사로 미루어 보았을 때, 앞으로도 세부 내용만 달라질 뿐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적용됩니다. 대표적으로 정부와 한국 토지주택공사가 주도해서 개발하는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가 공공택지입니다. 둘째, 2021년 10월 15일 현재 기준으로 서울의 18개 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 마포, 성동, 동작, 영등포, 용산, 양천, 중, 동대문, 성북, 은평, 강서, 광진, 노원) 309개 동과 경기도 3개 시(광명, 하남, 과천) 13개 동 등 총 322개 동입니다. 해당 지역의 민간 택지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지 않았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 지자체의 분양가 심의위원회로부터 분양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조삼모사 제도

분양가 상한제는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든 정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상승장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가 나오지만 결국 전매 제한이 끝나고 나면 주변에 이미 상승된 시세를 넘어서면서 키 맞추기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주택 공급을 안정화시킨다는 목적도 사실 취지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 구축 아파트가 15억인데 분양가가 10억이면, 분양가 자체는 선한 목적일 수 있지만 분양을 받기 위한 청약자들은 '당첨되면 5억 로또'라는 말을 하면서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올라버린 자산 가치 때문에, 서울 같은 상급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고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말만 무주택자이고 소득 수준이 이미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현금 부자들의 리그'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일명 '전월세 금지법'으로 불리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수분양자가 전, 월세를 놓지 못하고 실거주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정책입니다. 이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면서 수분양자의 자금조달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 본의 아닌 이사를 하게 되며, 전세 시장에서의 주택 공급 부족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편 재개발,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아파트의 조합원들은 일반 분양 당첨자들이 로또 이야기를 하는 동안 분양가 상한제로 피해를 보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기존에 조합원 추가 분담금을 일반 분양수익으로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과도한 분담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는 조삼모사 정책과 다름이 없습니다. 분양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함이었지만 결국 주변 아파트의 시세를 따라가서 로또 아파트로 위상을 떨치면서 오히려 투기수요가 과열됩니다.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현금 부자들의 놀이터가 되고,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됩니다. 한편 조합원들은 그 피해를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일반 분양가가 산정되기까지 훨씬 오랜 기간이 걸리고 송사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주택 공급 시기가 연장되면서 주택 공급이 더 부족해지는 현상까지 발생합니다.

 

제도 이름부터 이미 시장 원리에 역행,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경기 호황기와 경기 침체기는 정부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미국과 전 세계 시장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승기 이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고 침체기 이전에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면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껏 분양가 상한제는 상승장 이후에 도입되었고, 침체기 이후에 완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별다른 효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열기가 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적시 적재의 주택 공급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이미 역사가 증명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이름 자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장에서 물건의 가격 상한선을 지정하는 일종의 계획경제 성향을 띠고 있는 정책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시장경제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입장은 아니지만, 지금껏 시행해 온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의 '잘못된' 개입일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으나, 또다시 허울뿐인 개편일 것인지 아니면 현시대와 시장에 맞는 적절한 개편일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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