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과목 : 경제
최근 씁쓸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재 교육부에서 2028학년도 수능부터 사회 탐구 영역 과목 중 하나인 경제 과목을 폐지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사회 탐구 영역의 과목은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사회 문화, 세계 지리, 한국 지리, 경제, 정치와 법, 세계사, 동아시아사로 총 9가지가 있습니다. 2018학년도 수능부터 2021학년도 수능까지 총 4개 연도 수능 사회 탐구 영역에서 가장 인기가 없고 적은 선택을 받은 과목이 경제입니다.
대부분 생활과 윤리, 사회 문화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경제 과목은 2%에 그치는 선택률을 보였습니다. 현재 교육과정 개정 추진 위원회는 11월 발표하는 2022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경제 등 일반 선택 과목의 수를 줄이고 진로 선택과 융합 과목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만약 일반 선택 과목의 수를 줄인다면 현재 수능에서 응시자가 가장 적은 경제 과목이 2028학년도 대학 입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자동으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들의 경제 과목 응시 비율이 가장 낮은 이유는 상위권 학생들만 주로 응시를 하기 때문에 중하위권 학생들이 표준 점수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만약 대학 입학을 위한 현 고등학교 교육 체계에서 경제 과목이 폐지된다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경제 교육이 전무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실제로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경제와 금융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일상생활과 밀접한 경제 위주의 교육 내용으로 변경하여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교육당국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서 공청회 등 여러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지만 2028학년도 수능까지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입니다.
진짜 사회에서는 2030의 시장 경제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고리타분하고 이론 위주로 구성되어 학생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경제 과목과는 달리, 최근 MZ 세대로 불리는 2030 세대의 시장 경제 참여율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액과 주택 구입 건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액이 약 7조 7,000억 원, 구입량은 약 3만 5,000건이었으나 2020년 15조 6,500억 원, 6만 2,000건으로 구입액과 구입량 모두 약 2배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2021년에는 8월까지 주택 구입액이 11조 7,000억 원, 구입량이 4만 5,000건으로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액은 약 17조 5,000억 원, 구입량은 6만 7,000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2019년 수치와 비교했을 때 구입액은 128%, 구입 건수는 90% 증가한 수치입니다.
소득이 적은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대부분 부모님 찬스를 통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나 법원 경매장에 가면 20대가 투자를 위해 매매하고 낙찰받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 어린 나이부터 자산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자산 격차는 날로 벌어져 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에서 20대 아르바이트생 1,0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대 아르바이트생의 약 59%가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평균 투자 종목 개수는 2-3개, 주식 투자 시작 시점은 3-6개월, 평균 투자 금액은 100-300만 원으로 답변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돈을 번 10대, 20대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과잉 공급으로 모든 자산 시장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고, 그 상승세에 올라타서 100억 대 자산가가 된 20대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돈을 벌고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이 이제는 소위 어른만 하는 것이 아니라 10대, 20대에서부터 시작되고 실제로 수익과 손실을 보면서 금융 세계에 제대로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금융 지식도 중요하지만 금융 태도도 중요하다
한국은행 경제교육기획팀에서 발표한 2020년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기준으로 금융 이해력 점수는 66.8점으로 OECD 평균 62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금융 지식은 68점, 금융 행위는 61.9점, 금융 태도는 39.9점을 나타낸 반편, OECD 평균은 금융 지식은 56.3점, 금융 행위는 49점, 금융 태도는 47.3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금융 지식과 금융 행위는 평균을 상회했으나, 금융 태도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특히 연령별 금융 태도에서 청년층의 지수는 34.4로 OECD 평균 47.3점보다 약 14점이나 하락한 수준이었습니다.
대입 중심의 교육제도가 낳은 씁쓸한 결말
전 세계적으로 금융교육이 필수적이고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입 수능 과목에서 경제 과목을 제외하는 것을 논의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습니다. 고등학교 교육의 목적이 청소년의 성장과 발전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닌 대학 입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보니, 학생들도 본인에게 유리한 선별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교육 당국은 여전히 대입에만 초점을 맞춘 현재 교육제도에서 손을 보는 것을 넘어서, 실생활에 필요하고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와서 진짜 경제, 금융활동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금융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정말 경제 과목이 폐지 수순을 밟는 날이 온다면, 우리나라의 금융 이해도는 떨어질 것은 물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계에서 미래 세대의 희망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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