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는 여성 3인방의 날갯짓

영화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은 계산의 천재 캐서린 존슨, 전산 기계의 천재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그리고 엔지니어의 천재 메리 잭슨입니다. 영화는 1960년대 NASA를 배경으로 합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한창 우주비행 항공으로 선진기술을 뽐내며 경쟁하고 있었을 당시 NASA를 포함하여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이 만연해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별이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직원의 능력을 기준으로 업무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흑인 여성은 NASA 본관에서도 가장 먼 곳에 있는 전산실에서 가장 단순한 전산 업무만 지시받습니다.

단순 전산 업무만으로 본인의 능력을 뽐내기 어려웠던 캐서린은 NASA에서 유일하게 해석 기하학을 다룰 수 있다는 이유로 NASA 본부장인 알 해리슨으로부터 호출을 받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원들은 모두 백인 남성이었고, 커피포트를 같이 쓴다는 이유로 경멸을 당하고 화장실을 가려면 유색인종 화장실을 가기 위해 왕복 1.6km가 되는 거리를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위기가 봉착할 때마다 캐서린의 계산 능력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었던 해리슨은 더 이상 NASA에 유색인종 화장실은 없고, 업무 내 인종차별은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며 캐서린을 유능한 직원으로서 활용하게 됩니다. 또한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 발사를 위해 준비하는 중요한 회의에도 참석을 시키며 캐서린의 계산 능력을 발휘하게 해 줍니다. 비록 IBM이라는 전자컴퓨터가 개발됨에 따라 캐서린의 계산 능력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긴 했지만, IBM의 오류를 찾아내고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인 캐서린은 향후 NASA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NASA에서 흑인 여성의 리더였던 도로시 본은 IBM의 개발로 더 이상 수기 계산이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일찍이 파악하여 IBM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한 뒤 전산원에 있는 직원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킵니다. IBM 직원들조차 능숙하지 못한 기계를 문제없이 조작하는 모습에 IBM 직원들은 NASA에 도로시 외 직원들을 추천했고, 향후 NASA 최초로 흑인 여성 감독관이 되고 전자컴퓨터의 선구자가 됩니다.

메리 잭슨은 언제나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하는 꿈이 있었지만,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NASA에서 백인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하는 문턱을 넘기 위해 법원에 들락날락하면서 학교 입학을 허가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결국 차별 없이 세상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판사로부터 허가를 받았고, 향후 NASA에서 최초로 흑인 여성 항공 엔지니어가 되었고, 1979년에는 최초로 여성 훈련 담당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또 다른 히든 피겨스는 존재한다

영화 '히든 피겨스'의 배경인 1960년대에서 60년이 지난 지금,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히든 피겨스'처럼 노골적으로 인종 차별을 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전 세계 전반적으로 인종차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이탈리아 세리에 A 등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유럽 프로축구계에서도 선수간의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행위, 관중들의 인종차별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었습니다. 단순히 흑인에 대한 차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역시 심각했지만, 흑인 문제만큼 대두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눈이 작고 몸이 서양인들에 비해 왜소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그들로부터 암묵적인 차별 사유가 되었지만, 차별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묵묵히 이겨내고 능력으로 보여줌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했습니다. 마치 영화 '히든 피겨스'의 캐서린과 도로시, 메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 축구의 전설로 남게 될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등 전 세계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축구선수들이 전 세계인들로부터 추앙받고 존경받을 수 있었습니다.

피부색은 개인이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모두 동일하게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서구 국가에서 받는 차별에 대해서만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국내에 들어온 동남아시아 근로자들 또는 유색인종들에 대해서 은연중에 차별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에 그칩니다. 사람은 대화를 나누어보고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능력이 어떤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물론 예전보다 인종차별적인 상황이 줄어들기는 했습니다만, 아직도 'No racism'을 구호로 삼는다는 것이 곧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처럼 능력으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될 날을 고대하면서 리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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