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과 안생 : 너무 달랐던 서로를 동경했던 우리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두 여자 주인공 칠월(마사순)과 안생(주동우)의 우정 이야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 13살 때 처음 만나 27살에 헤어지기 전까지의 내용이 인터넷 소설로 연재되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그 주인공인 안생을 찾아온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본인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안생은 언뜻 칠월과의 인연이 끝나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우연히 소가명을 만났지만, 인터넷 소설을 통해 본인의 근황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부담스러워하고 곧바로 내립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13살의 칠월과 안생은 완전히 다른 성격과 환경을 가진 두 소녀들이었습니다. 칠월은 부자는 아니지만 부모님 아래에서 유복하게 자라왔고 교육도 잘 받고 공부도 잘했습니다. 안정을 추구하는 흔한 '모범생' 스타일이었습니다. 반면 안생은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해외 출장으로 인해 자주 보지 못하지만, 엄마와의 관계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그럴듯한 집도 없었고 언제나 가난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밝고 명랑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지녔습니다.
칠월과 안생은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목욕을 같이 하면서 부끄럽지만 서로의 가슴을 보여주는 것을 상징성으로 삼아 허울 없는 사이가 되었고, 모든 것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칠월의 부모님도 안생이 놀러 올 때마다 언제나 존중하고 잘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가명 : 더 이상 우정만으로 이어질 수 없게 된 계기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가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함으로써 둘의 우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칠월이 학교에서 소가명이라는 남학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안생은 티 내고 싶지 않은 질투를 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유일하면서도 가장 친한 친구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칠월의 사랑을 응원하기로 마음먹은 안생은 칠월의 학교를 찾아가서 소가명을 직접 만나 어떤 사람인지 미리 검증하려고 했으나, 아뿔싸, 소가명과 안생은 서로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듯합니다. 묘한 기운이 흐르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안생의 감정 제어로 인해 끝나버렸고,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 칠월은 소가명과 연인이 됩니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 소가명의 우유부단한 캐릭터는 답답하고 비겁해 보일 수 있습니다. 칠월과 안생이 절친이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소가명은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못한 채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가명의 캐릭터는 어쩌면 매우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가명은 안정적이고 온화한 칠월을 사랑하기도 했고,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이 직설적인 안생에게도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두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지탄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두 여자 모두를 사랑하는 욕심 또는 본능으로부터 나오는 남자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잘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안생 역시 친구인 칠월과 그의 남자 친구인 소가명 모두를 좋아했습니다. 처음에는 칠월과의 우정을 위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생활을 했으나, 매번 칠월에게 보내는 편지 말미에 소가명의 안부를 묻는 습관적인 모습에서 여전히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이렇게 미묘한 삼각관계가 지속되면서 결국 안생은 우정과 사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은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안생은 우정을 선택했고 칠월은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칠월과 소가명의 결혼식날 소가명이 본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 칠월은 소가명에게 도망가라고 이야기했고, 그렇게 그 둘의 관계도 끝이 납니다.
동경했던 서로를 닮아간 칠월과 안생
비록 소가명은 떠났지만 소가명의 아이를 가진 칠월은 칠월의 인생을 동경했던 안생을 찾아가 임신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안생과 오랜만에 같은 침대에 누워 어렸을 때처럼 가감 없이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회포를 풉니다. 그리고 칠월은 아이를 낳고 안생처럼 자유로운 인생을 살기를 원합니다. 안생은 아이에 대한 양육은 걱정하지 말라며 칠월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결국 아이를 출산한 뒤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됩니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는 인터넷 소설 속 '칠월과 안생'과 현실 속 '칠월과 안생'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칠월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났지만, 칠월이 그렇게 동경했던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집을 얻고 아이를 키우는 안생의 모습은 과거 그녀와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떠난 칠월의 삶을 존중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너무나도 불안정한 삶을 살아왔었기에, 안정의 중요성을 깨달은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고 기록하기 위한 그녀의 삶은 이제 칠월의 못다 한 인생까지 안생이 칠월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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