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화 : 30대 CEO와 70대 인턴의 만남
영화 '인턴'의 인상 깊은 구조와 설정은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CEO를 젊은 30대 기혼 여성으로 내세웠고, 벤처기업의 가장 말단 직원으로 볼 수 있는 인턴 직원을 은퇴한 70대 남성으로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추가적으로 CEO인 줄스의 남편 멧은 기존에 잘 나가던 마케팅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내의 벤처 기업의 성공을 위해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전업 주부가 된 캐릭터입니다. 영화의 구조만 보았을 때에는 여성의 향상된 사회적 지위를 표현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의 메시지는 젠더 문제가 아니라 젊음의 열정과 노년의 경험과 여유가 비즈니스에서 만났을 때 일으킬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특히 경쟁사회에서는 신속성과 정확성, 효율성과 합리성이 요구됩니다. 이에 많은 젊은 직원들과 창업가들은 모두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가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70대 인턴 벤의 역할은 우리에게 '일'과 '사회적 성공'이 우리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치열하게 살아온 줄스는 본인의 회사 '어바웃 더 핏'을 성공가도에 올리기 위해서 1년 반 만에 직원 200명이 넘는 대형 회사로 만들고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관심 있는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고령 인턴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몰랐던 줄스는 벤이 본인의 담당 인턴으로 배정되자, 나이가 많고 능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단하여 업무를 할당하지 않고 벤은 줄스로부터 찬밥 신세를 당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고 웃음을 지닌 채 묵묵히 줄스의 지시를 기다리면서 벤은 회사 전반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질문하고 직원들을 도우며 주변으로부터 평판이 좋아집니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줄스는 벤이 본인이 해결했으면 하는 일들을 차례로 해결하면서 시야에 들어옴에 따라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벤이 은퇴 이전에 40년간 어바웃 더 핏이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전화번호부 인쇄 회사에서 근무했고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단순히 인턴으로 시작했지만, 운전기사, 비서, 그리고 가족의 친구 역할까지 하게 된 벤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됩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벤의 조언은 줄스에게 언제나 힘이 되었고, 줄스는 외도를 하고 있는 남편의 상황과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부은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려고 했던 고민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남편의 사과와 더불어 회사를 계속해서 직접 경영하기로 함에 따라 줄스는 일과 가족 모두를 지킬 수 있었고, 그 뒤에는 벤의 든든한 조언과 지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벤은 앞만 보고 빨리 달리려고 하는 줄스의 손을 잠시 잡아주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자처하면서 줄스를 더욱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습니다.
조화 : 일과 가족을 꼭 분리시키지 않아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오해가 있습니다. 일에만 집중하면 가족을 멀리하고, 가족에 집중하면 일을 멀리한다. 물론 현실적인 고민이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일적으로 성공하고 가족과 언제나 행복한 시간을 지내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화 '인턴'에서 인생은 나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여유를 가짐으로써 가족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소통함으로써 충분히 조화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 '인턴'의 메시지는 삶의 이유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이지만, 여전히 우리 삶은 인문학적이고 문학적이고 문화적이며, 견고하면서도 긍정적인 자아가 있어야 일과 가족, 그리고 행복 모두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70대 인턴 벤은 한 회사에서 40년을 근무했기에 줄스보다 더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일했을 것입니다. 벤이 줄스보다 여유가 있고 인내하면서 조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일에 집중했기 때문에 본인이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후회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 '인턴'에서 벤의 가족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본인의 젊었을 적 열정적인 모습과 꼭 닮은 줄스에게 자신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지 않았을까요? 저를 포함한 30대 청년들은 지금도 치열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만, 영화 '인턴'같이 따뜻한 메시지를 주는 영화를 통해서 저의 주변과 가족을 한번 더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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