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먼 훗날 우리'

컬러와 흑백 : 아름다웠던 그 시절과 이루어질 수 없는 지금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장면을 영화로 표현할 때 흑백과 컬러를 교차하는 장면을 종종 넣기도 합니다. 영화 '먼 훗날 우리'에서는 예상외로 현재 시점을 흑백으로, 과거 시점을 컬러로 설정했습니다. 2017년 베이징행 비행기에서 10년 만에 만나게 된 남자 주인공 린젠칭(정백연)과 여자 주인공 팡샤오샤오(주동우)는 서로를 스쳐 지나갔지만 곧바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컬러와 흑백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미루어 보았을 때, 흑백으로 이루어진 현재는 이미 서로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앞으로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10년 전 장면은 컬러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들이 야오장으로 귀향하는 기차 안에서 만나 친구가 된 시점부터 연인이 되고 헤어지기까지의 열정적인 사랑과 꿈을 향한 도전이 잘 묘사되었습니다.

친구관계였던 시절부터 샤오샤오를 짝사랑했던 린젠칭은 샤오샤오가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남자를 만나든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나무 같은 존재였습니다. 용기 내어 고백하지 못했지만, 샤오샤오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린젠칭을 친구로만 여겼던 샤오샤오는 자신이 기쁠 때면 같이 기뻐해 주고, 슬플 때면 같이 슬퍼해 주고 화를 내주면서 묵묵히 옆자리를 지켜 주었던 린젠칭을 사랑하게 되었고 마침내 둘은 연인이 되면서 열정적인 사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녹녹지 않은 현실 앞에서 둘의 사랑에는 점점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중국 청년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으로 올라가 성공하고자 하는 꿈을 가졌지만, 상상 이상의 치열한 경쟁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그들은 제대로 된 업무를 하지 못한 채 전자제품 판매, 불법 CD 판매 등 일단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할 수 있는 아무 일이라도 합니다. 두 명이서 잠만 잘 수 있을만한 크기의 쪽방에서 몇 년을 같이 지냈지만, 처음에는 열정과 믿음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그들의 현실 장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의 성공과 본인의 현실을 비교하게 되면서 점점 갈등을 야기하게 됩니다.

현실의 장벽에 좌절을 가지고 생활한 린젠칭을 떠난 샤오샤오, 그리고 그녀를 붙잡기 위해 달려간 린젠칭은 지하철 역사에서 서로를 붙잡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붙잡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누군가 붙잡았을 때 서로가 베이징으로 온 근본적인 목표인 '성공'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흑백 장면인 현실에서 둘은 아름다운 추억이었지만 슬펐던 옛 기억을 되살리며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그리웠던 감정과 남아 있는 사랑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게임을 사업화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가정을 꾸린 린젠칭과 아직 베이징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변변찮게 생활하고 있는 샤오샤오는 서로가 더 이상 감정을 키울 수 없는 사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미래를 축복하며 진짜 작별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멀리서, 마음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응원할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꿈과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지방에 사는 청년들이 대도시 또는 수도로 올라가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겨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젊음과 열정이라는 이유로 가능성을 열고 도전합니다.

하지만 도전하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진짜 대도시 또는 수도로 올라가서 성공하는 것이 그들의 '꿈'일까요? 이별 후 아빠의 바람으로 샤오샤오를 고향에서 다시 만난 린젠칭은 샤오샤오에게 '돈도 잘 벌고 베이징에 집도 샀으니 가난했던 과거보다 지금 더 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샤오샤오는 경제적 여유와 관계없이 서로 간의 믿음과 사랑을 우선시했습니다. 린젠칭의 '꿈'은 어쩌면 성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가난 탈피'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때도 지금도 진심이었던 린젠칭의 마음이 샤오샤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영화 '먼 훗날 우리'는 뼈아픈 현실 앞에 이루어질 수 없었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나타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꿈과 성공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행복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를 뜻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화 '먼 훗날 우리'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린젠칭의 아빠입니다. 린젠칭의 아빠는 진정한 행복과 꿈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행복에 대한 모든 기준은 다르지만 가족의 건강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비록 샤오샤오는 린젠칭 아빠의 딸이 아니었지만, 언제나 가족으로 여겼고 사랑했던 아빠의 편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울림을 자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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