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체계 :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학교의 교육체계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던졌기 때문입니다. 학교라는 곳은 청소년들의 인성과 지성, 육체와 감정 모두를 성숙해줄 수 있는 곳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현실은 명문대를 입학하기 위한 훈련소처럼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배경은 명문 고등학교 웰튼 아카데미입니다. 웰튼 아카데미가 명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문대를 입학한 학생들을 다수 배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부모님들이 거금을 들여 이 학교에 입학시키기를 원했고, 선생님들 역시 엄격한 규율과 강압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입시에 열중하도록 지시받았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유일한 돌연변이 선생님이었던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만큼은 달랐습니다. 존 역시 웰튼 아카데미 출신이었지만, 학창 시절에도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학생들끼리 동굴에 모여 돌아가면서 시를 낭송함으로써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삶을 살았습니다.
존의 교육방식은 남들과 달랐지만 방향성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교육을 해 주기를 원했고, 생각을 많이 하고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삶,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실행할 줄 아는 삶을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필요 없는 내용의 교과서를 찢기도 했고, 시야를 다르게 보기 위해서 학생들로 하여금 교탁 위로 올라오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은 존의 교육방식을 좋아하게 되었고, 수동적이었던 학생들은 점점 주체적으로 변했고 존의 비밀모임이었던 '죽은 시인의 사회'를 재결성하여 매일 밤 동굴에 가서 다 같이 시를 낭송하면서 낭만을 즐겼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안타까웠던 장면은 닐 페리(로버트 숀 레오나드)와 아버지의 갈등입니다. 강압적인 아버지 아래 가정교육을 받았던 닐은 아버지로부터 의대 진학을 강요받았고 그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존의 교육을 받고 삶의 주인공이 본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진짜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 결과 본인은 배우가 되고 싶었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있는 연극 동아리에 신청하여 학교 축제 때 연극을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닐의 아버지는 닐의 연극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본인이 희생함으로써 닐에게 의대를 진학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갖추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워했고 웰튼 아카데미를 자퇴시키고 육군사관학교로 진학하도록 합니다.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고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가졌던 닐은 부모님이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지 못한다는 회의감과 우울감에 결국 극단적인 결정을 하면서 생을 마감합니다.
이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제가 학창 시절 꿈이 있던 친구들을 굉장히 많이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명확히 했던 시점이 26살 때였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과 대학교를 다닐 때에도 교육 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수를 했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답답했습니다. 성적이 나쁘더라도, 공부를 안 하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에 열중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워했습니다. 26년 만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무언가를 성취해냈을 때의 그 만족감과 행복감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이루어냈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컸습니다. 닐이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배우를 지망하겠다고 했을 때 그 눈빛과 말에 담긴 진심은 상상 이상으로 컸을 것이기에 너무 공감되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Oh, Captain! My Captain!
"의학과 법률, 경제와 기술 등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삶의 목적입니다."
캡틴 존 키팅은 학생들에게 단단한 자아와 낭만을 형성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언제나 학생들 사이에서 소심했던 토드 앤더슨(에단 호크)이 마지막에 존이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퇴학을 명령받았을 때 책상에 올라가 당당하게 'Oh, Captain! My Captain!'이라고 외쳤던 모습은 이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존경하는 존으로부터 받은 교육으로 인해 교장선생님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 내용을 말할 수 있는 점은 이미 교실을 떠난 존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서 현대 사회에서 학교 선생님이 이렇게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면서 인생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다면 학생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여전히 학교라는 곳이 대학 입시를 위한 훈련소처럼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진정으로 미래 세대가 발전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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