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자본주의 법칙에 따른 오징어 게임의 룰
인생의 나락 끝에 서 있는 456명의 빚쟁이가 있습니다. 인생 파산 직전의 사람들은 현실 사회에서는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들 앞에 저승사자처럼 보일 수 있는 중매자가 눈앞에 나타나,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로 이길 수 없는 딱지치기를 제안하며 오징어 게임에 초대합니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개인의 이름은 없습니다. 죄수 번호처럼 1번부터 456번까지의 번호를 부여받습니다. 오직 게임의 우승자만이 이름을 남길 수 있습니다.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 돈이 많은 사람, 승자의 이름만이 남겨지고, 실패한 사람, 돈이 없는 사람, 패배자의 이름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처럼.
1. 게임을 모두 승리하신 분들께는 456억 원의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불공평하고 냉정해 보이는 오징어 게임과 자본주의 사회는 공정한 룰을 추구합니다. 아무나 승자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구든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승자와 패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협력을 한다면 다수가 살아남아 우승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었다는 점입니다. '설탕 뽑기'에서처럼 생존 방식을 타인과 공유하면 다 같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유리 다리' 게임에서 유리 공예자가 본인의 노하우를 타인과 공유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생존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아무나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지식을 공유하고 타인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면 부의 사다리를 올라탈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안타깝지만, 게임에서도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서로 머리를 맞대어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상대방에게 찾고 불만을 가지면서 이기적인 마음이 커지면서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되어버렸습니다.
2. 사회에서 제정한 최소한의 법은 지키십시오.
첫 번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주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오징어 게임 사회에서 지정한 최소한의 룰을 지키십시오. 이것 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사회에서 가치가 없습니다'. 아이러니한 비교일 수 있으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훔치거나 횡령, 탈세 등을 하면 자본주의 룰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또한, 그렇게 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합니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룰을 어겼을 경우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장면으로 묘사했지만, 그만큼 참가자들에게 '사회에서 지시하는 것은 따르라'는 당연한 룰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함임을 믿습니다.
3. 결과 지상주의 :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관심이 없습니다.
오징어 게임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승자가 나와야 합니다. 승자에게 보상이 있는 경쟁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승리 과정은 그리 궁금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거나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은 승자가 되기 위해서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같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 사회에서 누군가는 상대방을 방패 삼아 살아남았고, 누군가는 상대방의 등을 떠밀어 살아남았고, 누군가는 상대방을 배신해서 살아남았습니다. 한편, 또 다른 누군가는 상대방과 협력해서 살아남았습니다. 상대방과 협력해서 살아남은 사람에게 가산점이 주어질까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모두 똑같이 생존자라는 타이틀만 주어질 뿐, 다른 수식어는 붙지 않습니다. 경쟁 사회에서 큰 틀을 깨지 않는다면 일단 승리하면 됩니다. 아름답고 멋진 축구를 하는 팀이 수많은 반칙만 하는 팀을 만나더라도, 반칙을 하는 팀이 골을 더 많이 넣으면 끝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게임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진정한 승리자는 자본가
사실 위에 언급했던 내용들은 모두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456명 중의 참가자 중에서 우승한 성기훈은 456억 원의 상금을 받고도 죄책감과 회의감에 1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습니다. 게임의 설계자인 오일남이 죽음을 앞두고 '당신은 그 돈을 쓸 자격이 있다'고도 위로를 했음에도 성기훈은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약체인 동급 참가자였던 오일남이 이 게임의 설계자였고 그 목적이 오직 재미를 위해서라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봉이 높은 대기업에서 능력 있는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합니다. 고학력의 능력 있는 5,000명의 후보자들이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1차, 2차, 3차, 4차 면접을 통해 최종 1명이 채용됩니다. 최종 합격자는 유일한 승리자가 되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연봉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 채용에서 진짜 승리자는 회사 CEO입니다. 능력 있는 5,000명 중 가장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였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줄, 가장 똑똑한 인재를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합격자는 합격 당시에는 피나는 경쟁을 뚫은 성취감에 젖을 수 있지만, 입사 이후 수많은 프로젝트와 임무로 인해 발생할 업무 과중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CEO는 근로자에게 만족할만한 수준의 임금을 제공하기만 하면, 향후 매출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늘어날 뿐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설계자인 오일남은 문자 그대로 '피 터지는' 경쟁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456억 원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받는 우승자는 그 순간은 기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456억 원이 아무것도 아닌 대 자본가 오일남의 입장에서는 참가자들이 만족할 만한 상금을 제공하는 대신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경쟁 게임을 진행하고 참가하며 재미를 느꼈고, 다른 해외 자본가들의 만족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본인이 설계하여 진짜 얻고 싶은 결과를 얻은 장본인 '자본가'가 게임의 진정한 승리자였습니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강조한 말이 떠오릅니다.
'국가는 학교에서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거대한 교육 시스템은 자본가나 사업가가 아닌 근로자를 양성하기 위해 구성되어 있다'.
자본을 최대로 증식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정작 자본 증식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대신 자본가의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전문가 교육을 받습니다. 결국 학교 시스템도 '명문 대학'이라는 보상으로 이루어진, 누군가에 의해 잘 짜여진 교육 체계일 수 있습니다. 이를 자각하고 자본가로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사람은 오직 극소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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