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아니라 소신에 움직인다.

 

다키스트 아워는 1940년 독일의 히틀러가 유럽 정복을 위해 네덜란드와 벨기에, 프랑스를 집어삼키려는, 가장 우울하고 어두운 시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동맹국이 모두 함락당할 위기에 처한 영국은 윈스턴 처칠이라는 고집스럽고 본인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군 장관 출신을 총리로 선임합니다. 육군, 해군, 공군 부장관을 모두 역임했던 처칠은 자유당과 보수당을 어우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처칠은 소속 당의 색깔을 떠나서 본인의 소신에 맞게 움직였던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보수당으로 입당했다가 자유당으로 이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도 처칠의 소신을 나타내는 장면은 여럿 나타납니다. 히틀러의 독일군이 계속 진전하여 영국군이 칼레와 덩케르크에 포위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시 내각에서는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중재를 통한 히틀러와의 평화 협정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사악한 악마와의 협상은 곧 대영제국의 파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확신한 처칠은 협정에 반대합니다. 평화 협정 후 칼레와 됭케르크에 주둔한 영국군을 철수시키고자 했던 내각의 의견은 묵살되고 칼레의 영국군은 독일군과 싸우면서 시간을 벌도록 명령합니다. 그리고 됭케르크에 있는 영국군을 철수시킬 수 있도록 무수한 민간 선박을 수배하며 젊은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에서 처칠은 앞에서는 고집을 부렸지만 뒤에서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화하여 긴급 구조를 요청하고 지하철을 탑승해서 국민들의 의견을 귀 기울이면서 히틀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합니다. 그리고 방송과 의회 연설을 통해서 대영제국은 끝까지 싸워서 승리를 쟁취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과 국민들을 한마음으로 집결시켰습니다.

 

 

처칠을 움직인 두 여자 : 클레멘타인 처칠과 엘리자베스 레이튼

 

영화에서 처칠의 마음을 움직인 두 여자가 있습니다. 모두가 처칠을 불도그이라고 부를 때 유일하게 꿀돼지라고 부르면서 고집 센 남편을 귀여워하고, 성난 성격을 남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달래고,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는 클레멘타인 처칠의 역할이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언제나 인상을 쓰고 고집 센 이미지를 가진 처칠이 아내 클레멘타인과 같이 나온 장면에서는 얼굴에 미소가 나타납니다. 비록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정치인의 아내로서 아내의 내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처칠의 모든 선택에는 이렇게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한 명의 여인은 처칠의 말을 기록하고 편지를 쓰고 전보를 보내는 처칠의 귀, 엘리자베스 레이튼이었습니다. 레이튼은 처음 처칠에게 고용되고 그의 불도그 같은 성격에 놀라지만, 처칠이 연설할 때나 전보를 보낼 때 완벽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글을 수정하면서 최고의 글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면서 처칠의 작문 능력에 감탄합니다. 또한 그의 불도그 같은 모습의 이면에는 깊은 고민과 성찰이 있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처칠은 레이튼과의 호흡이 맞아가면서 본인의 고민을 레이튼과 나누기도 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레이튼은 타자기를 작성하는 인물로 채용되어 본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레이튼의 의견이 처칠에게도 중요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칼레에 주둔한 영국군을 철수시키지 않는 결정에 아무 말도 못 했던 레이튼은 칼레에 있던 친오빠를 하늘나라로 보내게 되었고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처칠은 마음이 아픔과 동시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본인의 신조를 나타내는 오묘하고 복합적인 표정을 보이게 됩니다. 가족의 죽음을 예상하더라도 처칠의 어쩔 수 없는 국가를 위한 선택에 눈물을 머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레이튼의 모습이 처칠이 속 깊은 레이튼을 아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리 올드만의 명연기, 그리고 멋진 분장

 

영화를 보면서 처음 처칠이 등장했을 때 인터넷에서 다시 한번 다키스트 아워의 출연진을 검색했습니다. 몇 번을 검색하고 다시 봐도 처칠 역을 맡은 배우는 게리 올드만입니다. 우리에게는 다크 나이트의 짐 고든 형사와 해리 포터의 시리우스 블랙으로 유명한 그는 처칠의 실제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엄청난 분장을 했습니다. 실제로 분장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단 분장뿐만 아니라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처칠의 모습과 동그란 얼굴과 뚱뚱한 몸매를 나타내고 포악한 기질을 가진 처칠의 모습을 실제로 매우 잘 표현했습니다. 흐르는 듯한 처칠 특유의 말투에 가래가 낀 듯한 목소리, 하지만 단호하면서 강력한 처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게리 올드만의 명연기 덕분이었습니다. 역시 이 명연기 덕분에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