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의 그림자

영화 초반에서 고려 종합금융에 종사했던 윤정학은 퇴사를 결정합니다. 대한민국이 조만간 부도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실물경제 흐름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던 윤정학은 남들은 거의 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본인이 금융자산 관리를 해 주었던 고객들을 소집하여, 대한민국이 부도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그중 노신사와 오렌지라고 불리는 투자자만이 윤정학을 믿고 하락에 베팅합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도 엄청난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대책을 꾸리기 위해 보고합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팀을 꾸리지만 이미 상황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IMF 구제금융을 받는 선택을 합니다. IMF의 강경한 관리 체제 조건과 구제금융에 반대하여 대책팀에서 쫓겨난 한시현은, 이 외환위기 사태가 미국의 큰 그림이었다는 점을 알아채지만 본인의 힘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결국, 1997년 12월 대한민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청업체 사장으로 나왔던 갑수를 대변한 1997년 수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근로자들은 성장과 상승의 계속되는 흐름에 더 큰 성장을 기대했을지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돈으로 거래를 하던 것도 잘 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입니다. 결국, 수많은 경제 주체들이 몰락하며 대한민국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게 됩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이제는 신흥국의 경제 위기는 일종의 통과의례 수준처럼 보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그랬고, 한국의 IMF 외환위기, 2012년 BRICs의 경제 위기가 그랬습니다. 인정하기 싫어도 자본주의 세계의 중심은 미국입니다. 당연히 자본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이 사실을 빨리 인정해야만 자본주의의 시험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영화는 아주 넌지시 자본주의 경제의 그림자가 어떤 모습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금융지식을 모르면 위기, 알면 기회.

개미라고 불리는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면, 대부분 수익보다 손실을 봅니다. 철저한 공부 없이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1년 가까이 상승만 했던 주식시장과 짧은 시간 수십 배가 오른 가상화폐 시장은 언제나 오를 것 같았지만 결국은 조정장이 옵니다. 그리고 고점에 물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상승장에서도 돈을 벌고 하락장에서도 돈을 버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윤정학처럼 자본주의 구조와 보이지 않는 세력에 대한 이해로 풋옵션과 달러 매수, 부동산 매수 등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금융지식으로 돈을 버는 투자자도 분명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조정장이 오기 전 고점에서 현금화하여 또 다른 저가매수를 할 기회를 찾습니다.

영화는 IMF 구제금융 시기가 대한민국 최대의 경제 위기 사건임을 각 경제 주체를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금융지식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같은 사건이 도래했을 때 대처하는 방식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를 아주 크게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 인지도요.

역사는 반복됩니다.

IMF 구제금융 이후에도 2008년 금융위기, 2012년 유럽발 경제 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시장 경제가 짧은 시간 폭락하는 시기는 또다시 찾아옵니다. 20년이 지난 역사가 말해줍니다. 영화의 끝에서도 윤정학은 말합니다. '위기는 반복됩니다. 20년 후 한국 사회가 변한 것 같죠? 전혀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모든 경제가 마비되었고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자산의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급행열차를 탄 사람이 있고, 완행열차를 탄 사람, 버스를 탄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리 준비된 사람이 빠르게 이동하는 동안,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여전히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상태로 말입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지식을 기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또한, 자본을 증식함에 있어서 믿을 사람은 오직 나 스스로일 뿐이고 국가는 나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위기와 극복 방법은 절대로 국가가 알려 주지 않는 다는 것을요. 이미 코로나19 시대 이후 가장 큰 화두가 된, 꺾일 줄 모르는 부동산 시장에서 증명이 되었습니다. 국가를 믿은 사람과 스스로를 믿고 자산에 투자한 사람의 결과는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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