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주택 담보대출을 안 갚을 리가 없잖아?

2008년 금융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온 이벤트가 아닙니다. 영화에서는 수년간 지속되어 왔던 부동산 상승장에 힘입어 탄생한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증권)이 연속적인 파생 상품이 나타나고 부실 채권이 쌓이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빵 터져버린 시장 상황을 잘 표현했습니다.

Well, they're mortgages! And who the hell doesn't pay their mortgage? 주택 담보대출은 만기도 10년-30년이라 사람들이 안전하게 생각하고 채무불이행률도 낮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원리금을 회수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여러 개의 모기지(주택 담보대출 상품)를 묶어서 채권상품으로 판매를 하기로 합니다. 이것이 바로 루이스 라니에리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주택저당증권(MBS)의 탄생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신용도가 높으니, 주택 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은행은 아주 쉽게 계속해서 대출을 해줍니다. 문제는 대출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마구마구 대출을 해주고, LTV 70, 80, 90, 심지어 100 이상의 대출도 승인을 해줍니다. 게다가 소득 수준을 알 수 없는 스트리퍼나 개 이름으로까지 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MBS의 파생상품인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까지 만들어지게 됩니다. 신용도가 낮은 MBS 채권은 고위험으로 인식해서 팔리지 않으면, 은행은 손실 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팔리는 MBS끼리 묶어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합니다. 그리고 그 상품의 신용도를 AAA라고 포장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포장이 아니라 사기를 칩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이 상황에 대해서 문제를 삼고 있지 않습니다. 돈을 빌린 채무자는 물론이고 은행, 대출 상담사, 트레이더, 은행 감독원 직원들까지 주택 시장은 견고하고 역사상 하락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모기지는 물론 MBS, CDO 모두 무너질 리 없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냄새가 난다 : 금융권이 대형 사기를 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마이클 버리, 마크 바움, 자레드 베넷, 그리고 찰리와 제이미와 벤 리커트입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이루어진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대형 사기극처럼 거품이 껴있는 미국 주택 시장이 붕괴할 것으로 확신하고 거기에 거액을 베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2005년 가장 잘 판매되는 MBS 채권 구성 상품을 모두 살펴본 마이클 버리는 주택 담보대출과 MBS, CDO, 그리고 채무불이행률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주택 시장의 붕괴를 예측합니다. 모든 은행을 다니며 신용부도 스와프(Credit Default Swap) 상품을 만들도록 한 뒤 매입하고, 변동 금리가 시작되고 채무불이행률이 높아지는 2007년 2분기를 기다립니다.

자본주의 세계에 환멸을 느끼는 마크 바움도 돈 냄새를 잘 맡는 자레드 베넷과의 우연으로 인해 직접 직원들과 함께 미국 주택 시장과 모기지 채권, 그리고 파생 상품, 신용평가 회사 등을 방문하면서 금융 시장의 주체들이 다 같이 속고 있으면서 동시에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주택 시장의 폭락에 확신을 가지며 거액을 베팅합니다.

찰리와 제이미, 벤 리커트 역시 마찬가지로 LA 경제 콘퍼런스에 참가하여 은행 감독원 친구와 은행 직원, 대출 상담사 등을 만나며 자신들이 의심하고 있던 주택 시장의 거품이 확신이라고 믿고 모두가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신용부도 스와프를 추가 구매합니다.

 

2007년 채무불이행률이 그들의 예상처럼 높아졌고 주택시장은 붕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기지 업계 1위 회사가 파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은행에서도 채권값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은행이 그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MBS, CDO 상품을 그대로 높은 가격에 판매한 뒤 신용부도 스와프를 구매하려는 수작이었습니다. 대형 사기극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채권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거액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을 샀던 마이클 버리는 신용부도 스와프를 팔아버리고 투자자들에게 믿을 수 없는 수익을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마이너스 19%까지 떨어졌던 회사 가치는 400% 이상 상승하게 됩니다.  

미국의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게 됩니다. 금융 시장의 버블이 터져버렸습니다. 찰리와 제이미도 신용부도 스와프를 팔았고, 마크 바움도 대형 사기극에 환멸을 느끼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결국 직원 비니의 설득에 모든 신용부도 스와프를 팔아버리면서 막대한 수익을 가져오게 됩니다.

 

영화는 제발 금융지식을 공부하라고 이야기한다

경제와 관련된 영화는 아무리 영화라고 하더라도 어렵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경제사에서 한 획을 긋는 수준의 사건의 원인과 내막을 잘못 표현하면 관객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경제 용어는 모두 일반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일부러 어렵게 만든 용어라는 점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그리고 앤서니 부르뎅처럼 일반인에게 유명한 배우나 요리사가 어려운 경제 용어를 쉬운 비유를 곁들여 설명해 줍니다. 실제로 그 비유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독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깊었고,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정부와 은행,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림자는 절대로 책임지지 않으며 손해 보지 않는다는 점, 마지막으로 모든 손해는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국민들의 고통이 곧 자신들을 살려낼 수 있다는 복잡한 자본주의 사회 구조를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영화 말미에도 나오듯이,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S&P를 비롯한 미국의 신용평가 회사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에서 '왜 채권 신용도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AAA로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모두가 입을 맞춘 듯 '그것은 하나의 의견일 뿐입니다.'라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은행과 정부는 각종 세금으로 손실을 메꾸었고, 은행권 구조를 개혁하고자 했으나 로비로 중단되었으며, 금융 위기의 원인은 이민자들과 빈곤층, 그리고 교사 때문이라며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세계 인지도 모르면서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경제 용어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반복해서 공부하면서 익숙해져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주의를 아는 자, 자본을 더 많이 가진 자가 더 좋아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영화 빅쇼트는 아주 강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관객에게 금융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세계에서 금융지식을 공부하지 않으면 위기에 대응하지 못했을 경우 그 책임은 모두 스스로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투자 상품 홍보서에 언제나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투자이고 그 책임도 모두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조만간 빅쇼트를 한번 더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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