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적'

가족의 사랑으로 양원역과 NASA의 꿈을 이룬 기적

영화 '기적'은 시내를 오갈 수 있는 길이 오직 '기찻길'만 있는 마을에 살고 있는 준경(박정민)이 마을 사람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간이역 '양원역'을 설치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줍니다. 준경은 어렸을 때부터 청와대에 편지를 써서 마을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양원역을 설치해 달라고 50번 넘게 편지를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합니다. 아빠 태윤(이성민)과 누나 보경(이수경), 그리고 풋풋한 연인 라희(임윤아)로부터 포기하라는 권유를 여러 번 받지만, 준경은 양원역을 세우기 위한 꿈을 포기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기찻길을 통해 오가면서 3개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일반열차는 열차 시각을 알기 때문에 미리 예방할 수 있지만, 화물열차의 시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몇몇 사람들이 기차를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준경은 직접 터널 앞에 기찻길의 진동을 통해 반응하는 신호등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시켰지만 향후 신호등 고장으로 인해 마을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서 많은 자책을 하게 됩니다.

한편, 어렸을 때부터 다른 과목보다도 수학과 과학, 특히 천문학에 천재성을 보이고 많은 관심을 가졌던 준경은 라희의 도움을 받아 맞춤법을 배우면서 서로 사랑의 감정이 싹틉니다. 국회의원의 딸인 보경은 준경의 비범함과 대담함에 반해 그의 꿈을 응원합니다. 준경이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하도록 권유하여 1등을 만들고, TV 출연에 나오게 하기 위해 퀴즈 연습도 합니다. 하지만 보경은 아빠가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기차 운전사인 아빠 태윤과는 거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말도 못 섞는 준경은 누나 보경과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되어 친하게 지냅니다. 준경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공유하는 누나 보경은 사실 준경이 4학년 때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 한 뒤 받은 트로피를 기차를 피하는 와중에 강물에 떨어져 사망한 죽은 영혼이었습니다. 사망 후 죄책감에 시달린 준경을 위해 보경의 영혼은 준경이 그 집을 떠나기 전까지 계속 머물러주기로 약속했기에 준경이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 같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빠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끔씩 혼잣말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준경은 누나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고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준경의 천재성을 일찍이 알아본 물리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1명만 뽑을 수 있는 시험을 준경에게 권유합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NASA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준경 역시 매우 큰 관심을 보였지만, 미국으로 떠나면 누나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마음에 기회를 날리려 합니다. 또한, 본인과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 양원역을 직접 세웠지만 정차하지 않는 기차의 모습을 보고 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기회였기에 물리 선생님은 시험 전날 밤늦게 찾아와 아빠 태윤에게 부탁했고, 태윤은 규칙을 어기고 양원역에 기차를 정차하면서 아들 준경을 데리고 옵니다. 양원역에 기차가 정차했다는 꿈을 이룬 준경은 잃어버린 수험표를 찾아 준 누나의 지지를 받아 아빠와 서울로 상경해서 결국 시험을 합격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됩니다.

미국으로 가기 전, 처음으로 나누는 아빠와의 솔직 담백한 대화에서 아빠 역시 준경처럼 엄마와 준경이 사망했을 때 본인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둘은 서로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꿈을 향해 행복한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신파적이었지만 감정을 폭발시키는 힘을 가진 영화

영화 '기적'의 스토리는 예측 가능한 신파적인 요소를 지닌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요하고 적막한 시골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충분했습니다. 비록 라희 역을 맡은 임윤아의 연기력이 다소 어색하고 부족했지만, 영화 '기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준경과 보경, 그리고 아빠 태윤의 연기력은 가족애로부터 나오는 슬프고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에 적합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NASA 시험 전날 준경과 보경이 양원역 앞에서 다투었던 장면에서 끝까지 준경의 꿈을 응원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경의 열변과, 엄마와 누나의 사망이 본인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절망감을 분노로 표출한 준경의 대화는 눈물샘을 자아냈습니다. 또한, 시험 합격 후 아빠 태윤은 아내가 사망했을 때와 보경이 사망했을 때 본인이 조금만 더 가족을 생각했더라면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감을 나타냈고, 아들 준경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장면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신파적인 영화를 다소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아내가 "영화가 신파적이라 당신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영화를 보는 것이 어떨까요?" 물어보았지만, 배우 박정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기적'에서 박정민은 툴툴거리면서 가족을 사랑하고, 표현이 부족하지만 열정은 가득한 연기를 정말 잘 보여주었습니다. 1987년생이지만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배우 박정민의 연기력도 영화에 감정 이입을 함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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