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문어와 매일 만나는 남자의 이야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바다를 좋아하는 남자였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크레이그는 몸이 쇠약해지고 삶의 권태기가 찾아오면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욕망이 일어났습니다. 크레이그가 거주하고 있는 곳 대서양 바닷물의 온도는 섭씨 7-8도로 매우 차가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온은 금방 적응이 되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맑아지는 현상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바다로 갈 때마다 바다 안의 모습을 촬영했으나, 처음부터 문어와의 교류를 촬영하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바다와 해초숲을 가로질러 수많은 해양 동물들을 탐색하던 와중에 암컷 문어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된 크레이그는 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무척추동물 중 가장 지능이 높은 문어가 수백만 년 동안 생존하기 위해 체득한 행동을 보면서 감탄합니다. 첫 만남은 수많은 조개로 둘러싸인 돌처럼 생긴 미확인 물체가 있길래 지켜보았는데 알고 보니 문어가 포식자 상어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개를 도구로 이용했던 것입니다. 또한 문어는 돌이나 굴, 또는 해초 사이로 움직일 때마다 그 주변 색깔에 맞게 보호색을 띠는, 아름다우면서 신기한 행위도 했습니다. 심지어 단순히 색깔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재질과 비슷하게 변하면서 아예 위장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뿔이 달린 것처럼 위장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문어는 다리를 이용해서 걸어 다니는 기묘한 장면까지 연출했습니다.

크레이그는 문어의 신기한 장면들에 심취되어 매일같이 문어를 찾아갔고, 매일 찾아오지만 공격성을 띠지 않는 크레이그를 보고 문어는 점점 마음을 열게 됩니다. 크레이그가 촬영할 때 손을 내밀었는데 조심스럽게 문어가 다리를 내밀면서 애교를 부렸고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문어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게 된 크레이그는 문어를 데리고 도전적인 행동을 하려고 했지만, 카메라를 떨어뜨리면서 문어를 놀라게 하고, 그 자리에서 문어는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갑니다.

문어의 생존 능력은 뛰어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위장술과 먹물을 내뿜으면서 냄새를 풍기는 등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어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를 보호해 줄 부모 하나 없이 스스로 생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에서 문어의 천적은 상어입니다. 상어는 문어를 사냥하기 위해 문어를 끝까지 따라다니고 문어는 계속해서 숨어 다닙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것처럼, 문어의 다리가 길다 보니 상어에게 다리를 뜯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가슴 아파한 크레이그는 문어가 수개월 동안 아파하지만 빠른 회복력으로 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어의 위대함을 깨닫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문어를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갈 때쯤 문어가 수컷 문어를 만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모습입니다. 굴 속에서 짝짓기를 마친 암컷 문어는 그 이후로부터 알을 굴 안쪽에 놓은 뒤 본인은 아무런 사냥도 하지 않은 채 알이 부화될 때까지 알을 보호합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키기만 했기에 크레이그가 조개를 문어 곁에 갖다 주기까지 했으나, 문어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50만 개 이상의 문어 알이 부화되고 새끼들이 나오면서 암컷 문어는 아무런 힘이 없어진 채 모두의 사냥감이 되고, 점점 뜯겨 가는 사체를 상어가 통째로 잡아먹으면서 크레이그와 문어의 만남은 완전히 끝나게 됩니다.

 

 

문어로부터 대자연의 위대함을 깨닫다

크레이그가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듯이 1년 동안 문어를 관찰하면서 단순히 해양 동물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어의 마지막 모습을 상기하면서 눈물을 자아내는 크레이그의 모습은 문어를 보기 전과는 온전히 다른,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고 생활하고 있지만, 모든 생물체가 우리와 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고 그 생물체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서 현재의 대자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하고도 진귀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은 원래 그렇게 흘러간다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레이그는 아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바다와 자연에 대해서 잘 알려줬고, 문어와의 만남을 계기로 생명의 소중함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어가 사망한 뒤 수개월이 지난 후 아들과 바다숲을 다시 찾아갔는데 새끼 문어들이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 감격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아마도 그 문어가 본인의 목숨과 맞바꾼 알들이 부화되어 강한 생존능력을 발휘한 몇 마리의 문어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문어는 알을 50만 개 이상 낳았지만, 실제로 부화되어 생존하는 문어의 수는 극소수라고 합니다. 그만큼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되는 자연에서 살아남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크레이그의 아들도 아버지 덕분에 문어와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 겸손하고 친화적일 것입니다.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은 단순히 크레이그와 문어의 만남을 넘어서,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지구의 주인공은 인간뿐만 아니라 대자연의 모든 생물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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