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1세기 디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1971년 금본위제가 폐지되면서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더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연준은 경제가 고도성장함에 따라 급격한 초과 수요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을 위주로 펼쳤습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연준과 각국의 중앙은행은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반대말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통화량은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많은 유동성에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원인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하락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초과공급으로 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수요 부족으로 인한 위험이 찾아왔습니다.
먼저 공급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아마존과 알리바바, 쿠팡 같은 대기업은 최저가 경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이제는 내수시장에서의 배송뿐만 아니라 해외배송도 일상이 되었기에 전 세계적으로 최저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구매합니다. 이에 따라 기존처럼 임대료와 인건비를 지불하면서 소비자 제품에 비용을 전가한 오프라인 판매 업체들은 점차 몰락하게 되고, 창고 정리 세일을 통해 재고를 털어냅니다. 이 과정에서도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물가를 최저가로 조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흥국에서의 저렴한 제품 수출 확대, 그리고 그에 따라 기업의 신흥국으로의 공장 이전,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인 환율전쟁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신흥국은 성장을 위해 제품을 수출해야 합니다. 더욱이 신흥국끼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공급 과잉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비대면으로 인해 실물 경제가 완전히 침체되었고,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국채 매입을 통해 금리 인하를 시행하면서 화폐 가치를 더욱 하락시켰기 때문입니다.
수요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큰 원인이 코로나19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온 후 미국의 오랜 기간 양적 완화로 유동성이 공급되었고 코로나19 이전까지 경기가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금리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오고 실물경제가 극도로 침체됨에 따라 소비가 감소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연준은 다시 한번 금리를 0%대로 내렸고, 다시 한번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 상태에서 시행되었다 보니 경제 주체들은 저금리 시대에서 소비를 줄이는 대신 대출이자를 상환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침체기에서 공급된 유동성은 기업의 설비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고 자산 시장으로 흘러갔습니다. 이에 고용 감소로 인해 소비가 감소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수요의 저하로 물가가 오르지 못한 것입니다.
고압 경제 : 디플레이션을 극복할 유일한 수단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 고용 성장, 금융 안정 모두 성공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연준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고용과 물가만큼이라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실물경제를 뜨겁게 만들어서 경제 주체들의 수요를 폭발시키는 '고압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공급했던 유동성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양을 공급함으로써 초과 수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초과수요가 일어나면 기업의 대출과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고용을 증가시켜 노동시장에서 근로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고용주의 수요가 높아질 것입니다. 자연스레 임금이 상승되어 소비를 촉진시켜 경기를 회복시키는 전략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용과 물가 상승의 균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연준에서 밝힌 것처럼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 이상 올랐지만 고용 지표가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처럼. 확실한 것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더라도, 현재 연준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의 장기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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