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 물가가 오르는가? vs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가?
2021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의장 제롬 파월의 회의 발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테이퍼링의 시기가 이르면 11월 중에 발표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테이퍼링은 현재 연준에서 실행하고 있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시킨다는 뜻입니다. 테이퍼링과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이 계속 이루어지는 이유는, 작년부터 진행된 연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늘어난 통화량 때문입니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가 올랐고, 8월 역시 지난해 대비 5.3% 상승했습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너무 강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수준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의미와 종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입니다. 실물 경제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해 물가의 변동성을 측정합니다. 인플레이션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통화량의 증가로 국민 소득과 함께 물가도 동시에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입니다. 다른 하나는 임금, 원자재비, 금리 등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입니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 좋은 인플레이션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총수요의 증가가 원인이 되는 물가상승을 뜻합니다. 통화량이 증가함에 따라 소득과 물가가 같이 상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은 설비를 투자함으로써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려고 합니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이에 따라 고용이 증가합니다. 고용이 증가하면서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수요, 즉 소비가 증가합니다. 소비가 증가하면 자연스레 수요, 공급 법칙으로 인해 물가는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업은 소비 증가로 얻은 이익으로 다시 설비 투자를 진행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나타나게 됩니다. 이때, 물가상승 인상분보다 소득인상분이 높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소득이 물가 상승분보다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보통 경제가 고도성장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좋은' 인플레이션 현상입니다. 또한 우리가 현재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입니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 나쁜 인플레이션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공급 측면의 요인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뜻합니다. 원자재 가격이나 임대료, 임금 등 재화나 서비스 생산을 위한 비용의 인상으로 인해 그 비용을 제품의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현상입니다. 가령 신흥국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신흥국의 내수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 달러가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달러가 유출되면 신흥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 물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기업에서 수입하는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이익은 감소되기 때문에 수입 물가 상승분을 소비자 제품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대신에, 물가 상승분에 대한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됩니다. 이는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대 석유파동입니다.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달러 발행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달러 가치는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 특히 원유 가격이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원유 생산국인 중동 국가에서 원유 공급량을 줄이면서 원유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습니다. 원유 거래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비기축통화국인 신흥국에서는 원유를 거래하기 위해 달러를 필요로 했습니다. 원유는 대부분의 제품에 들어가는 자원이기 때문에 모두가 필요로 했습니다. 원유 초과수요가 나타났기 때문에 원유 가격 인상분만큼 물가 역시 인상되어 세계적인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연준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시중의 유동성을 최대한 빨아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서 점차적으로 원유와 물가가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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