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노동으로 인해 여유가 없어졌다
앞서 우리는 하향식 시스템을 통해서 주의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효과적인 주의 필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과부하라는 심각한 문제로 인해 정신이 산만해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일단,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컴퓨터화되면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업무는 모두 컴퓨터가 처리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조금 더 고귀한 목적을 위하여 일하고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여유시간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자기가 하던 일을 소비자들에게 넘겨버렸습니다. 부가가치 서비스의 일환으로 회사에서 해왔던 일들을 이제는 소비자가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항공 예약을 할 때 이제는 예약부터 체크인까지 모두 소비자가 직접 마무리해야 합니다. 키오스크의 도입으로 인하여 슈퍼마켓에 가면 본인이 산 식품들을 직접 봉지에 담아야 합니다. 맥도널드나 버거킹에 가면, 주문과 결제를 모두 스스로 해야 합니다. 이제 어떤 회사들은 요금 청구서를 아예 보내지 않고 고객이 직접 웹사이트에 로그인해서 본인 계정으로 들어가 청구서를 확인하여 전자지불 시스템을 이용해 요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회사에서 하는 일을 소비자가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를 '그림자 노동'이라고 합니다. 그림자 노동이란 기존 경제와 나란히 움직이는 그림자 경제를 상징합니다. 그림자 경제 안에서 회사의 서비스 중 일정 부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그리고 그 비중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일을 대신해주면서도 돈을 받지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여유시간을 상당히 많이 빼앗기고 있습니다.
정보 과부하와 주의력의 충돌
현대사회의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 분야에서도 훨씬 더 많은 변화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성인이 된 이후에 더 심각해집니다. 사람들은 평균 2년마다 휴대폰을 교체합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메뉴, 버튼 작동법 등을 새로 익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또한 3년마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바꿉니다. 운영체제에 대한 작동 방식, 그림 아이콘 등 새로 배워야 하고 예전에 쓰던 메뉴 항목이 어디에 있는지 재확인해야 합니다.
경제가 글로벌화됨에 따라 우리는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모르고 살았던 막대한 양의 정보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 반 바퀴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일어난 혁명이나 전쟁, 경제 문제 등의 소식을 사건이 일어나는 즉시 듣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장소를 이미지나 영상으로 접하게 되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언어를 듣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이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려고 합니다. 애초부터 우리의 뇌는 이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뇌에는 주의력이라는 자원이 들어가고 그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들과 경쟁을 벌입니다.
체계적으로 정보를 범주화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학습하는 것은 지식의 확장에 따르는 전통적인 이점 말고도 수명을 연장하면서 치매를 늦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받아들이는 정보를 줄이려 노력하기보다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범주화하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주의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삶에서 정보는 언제나 핵심 자원입니다. 정보가 있었기에 과거에 우리는 사회와 의료, 의사결정을 개선하고,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누리면서 더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었습니다. 본래 정보는 취득하고 다루기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자원이었지만, 현대사회에서 지식은 손에 넣기 쉬워진 자원이 되었고, 인터넷을 통하여 지식이 분산되면서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이 모호해졌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상반된 관점을 접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정보의 어떤 부분이 확인되었고 변경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신뢰할만한 출처나 전문가를 찾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많은 실험과 연구, 통계를 보면서 우리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범주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