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정보화 시대에 구식이 된 주의 시스템
산업혁명과 과학의 발전으로 새로 알아야 할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1550년대 알려진 식물의 종류는 500종이었지만, 1623년에는 6000종으로 늘어났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의 종류는 50만 종이 넘습니다. 심지어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20년간 발견한 과학 정보의 양은 언어가 처음 나타난 이래로 지난 20년 전에 이르기까지 발견된 정보의 양보다 많습니다.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정말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이며, 알 필요가 없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메모를 하기도 하고,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들기도 하고, 잊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은 이메일이나 SMS로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정보에 압도된 듯한 기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된 큰 이유는 진화적으로 이미 구식이 된 주의 시스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의 필터에는 가장 중요한 원칙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변화, 둘째는 중요도, 셋째는 주의 전환의 어려움입니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주의를 전환하는 데는 큰 비용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하나에 집중하도록 진화되었다
말 그대로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동물을 사냥하고, 도구를 발명하고, 포식자나 외부의 적들로부터 가족과 부족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주의 필터는 우리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생각을 중간에 끊을 가치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정보만 통과시킴으로써 우리가 과제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 들면서 기술과 정보가 과잉됨에 따라 역으로 우리의 뇌 사용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주의 시스템에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이런 식으로 일하도록 진화되지 않았고, 집중하려는 주의 시스템에 멀티태스킹은 방해가 될 뿐입니다. 우리는 드라이빙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고, 주차할 자리를 찾으면서 도로공사 표지판을 피하고, 오늘 저녁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면서 친구와 전화통화를 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뇌는 주의를 옮기며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이 일어날 때마다 신경생물학적 전환에 따르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신경계는 이런 식으로는 기능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의 뇌는 일단 일을 시작하면 그 일에 전념할 때 최고의 기능을 발휘합니다.
주의력이 만들어지는 과정
주의력은 우리 이마 바로 뒤에 있는 전전두엽피질에서 네트워크를 이루는 뉴런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뉴런들은 도파민이라는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도파민은 문을 여는 열쇠처럼 뉴런들을 풀어주고, 이 뉴런들은 네트워크 안의 다른 뉴런들을 자극하는 전기신호를 발사합니다.
도파민 분비를 촉발하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어떤 것은 자동적으로 우리의 주의를 끌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보통 진화적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생존에 핵심적인 것들입니다. 주의 필터를 포함하여 경계 시스템은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작동하면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합니다. 큰 소리나 밝은 불빛으로 놀람 반사를 하는 경우, 포식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경우, 목이 마를 때 발견한 음료수일 수도 있고, 매력적인 이성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우리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떤 것을 찾거나 감시할 때 의지를 발휘하여 그와 관련된 것에만 집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이와 같은 필터 작용이 실제로 뉴런들의 민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축제에 갔다가 딸을 잃어버려서 찾아다닐 경우, 우리의 시각계는 다른 것은 모두 걸러낸 뒤 오로지 딸과 키, 체형, 머리 색깔 등이 비슷한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도록 재구성됩니다. 마찬가지로, 청각계 역시 딸의 목소리 음역대와 비슷한 주파수만 귀에 들어오도록 조율됩니다.